전환적 사회혁신 선언문(Manifesto for Transformative Social Innovation) 번역과 해제
- #국내 연구자료
- 작성일 2020.11.11
번역본과 해제는 한글 파일로도 올라가 있으니 참조하세요.
전환적 사회혁신 선언문
송유정 역
2020. 7. 10
모순의 시대가 우리 앞에 있다. 인간과 자연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세계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지만, 다른 한쪽으로 구시대와 신시대 사이의 분열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과학적 지식과 기술혁신, 법체계는 진보를 가져왔으며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안락함과 즐거움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가난과 불평등, 생태계 재난과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파괴와 경제 침체 역시 심각해졌다.
지난 몇 년 동안 사회통합이 해체되면서 초래된 정치적인 혼란은 서로 다른 문화권 간의 긴장으로 구체화되었고, ‘탈진실’적인 언론 보도 전쟁과 전례 없는 시위와 항의가 사회에 가득했다. 일련의 거센 산불과 역사 상 가장 심각한 폭염, 이에 뒤따른 폭우와 홍수, 그리고 여러 번의 정치적 충돌과 갈등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보여준다. 우리는 이러한 도전이 인류에게 큰 고난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패배주의에 빠지기보다, 이러한 상황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바라보고, 해석하며, 해결하는 방식을 혁신하려는 새로운 열정과 영감을 북돋는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먼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미래와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위해 발 벗고 나서서, 보다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우며 회복력 있는 사회로 가는 근본적 변화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칭찬하면서 시작해 보자. 우리는 이러한 움직임에 직접 참여하고, 연구하며, 지지하는 사람들로서 이 선언문을 만들었다. 비록 많은 사람들에게 잘 인식되지 않거나 혹은 미미하게 보일수도 있지만, 우리의 커뮤니티들은 세계 전역의 도시, 혹은 지방에서 실제로 사회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커뮤니티 에너지 이니셔티브, 기본소득 실험, 협동조합은행, 주민참여 예산제도부터, 생태마을, 공유 공간, 디지털 제조 공방, 공유플랫폼, 농업 협동조합, 도시 리빙랩 등 그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사회혁신 활동은 사회적 관계망을 변화시키면서, 실행하고 사고하며 조직화하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낸다. 사회혁신은 인간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가치 있게 여기고 공공적 가치를 육성하며 생태적·인간적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를 지향한다.
전환적 사회혁신
하향식 정책과 기술, 그리고 대규모 시스템 기반 솔루션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수준에서의 사회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사회혁신 활동에 참여하고 실험을 수행하는 지역 커뮤니티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역 단위의 참여와 실험만으로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사회문제는 서로 상호 연관되어 있으며 구조적이다. 단편적이며 표면적인 해결책은 그 방법이 혁신적이라 해도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 즉 끊임없이 반복되는 기존 사회문제를 오히려 심화시키거나 심지어 새로운 문제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실천이 세계 경제에 현존하는 권력구조의 문제점을 이슈화하지 못하거나 지향점이 비슷한 커뮤니티 밖의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 활동은 힘을 잃고 만다. 이는 사회혁신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전환적인 혁신, 즉 사회 속에 뿌리 깊게 내재된 기존의 주류 제도들(예를 들어 개인주의, 서열주의, 경쟁제일주의)을 변화시켜야 한다. 기존의 행동, 사고, 조직화 방식에 도전하고 변화시켜 나가는 이러한 과정을 우리는 ‘전환적 사회혁신’이라고 부른다.
우리 시대의 모순에 대응하고, 대안적인 미래를 꿈꾸기 위해서 우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 이 선언문은 전환적 사회혁신을 제안하면서 보다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우며, 회복력이 있는 미래로의 전환을 제안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매우 정치적인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정치는 선거 혹은, 의회에서의 논쟁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정치란 온실을 짓거나 스스로 식량과 에너지를 생산하는 일, 대안적인 미래를 그리는 일, 공간을 새롭게 구성하는 일,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일에도 존재한다. 우리들의 행동은 권력 시스템과 제도화된 이해관계, 뿌리 깊은 기존의 행동양식과 믿음을 바꾸기 위한 도전이 될 수 있다.
사회혁신이 시스템 전환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우리는 정치에 참여해야 하고, 우리의 활동에 정직하며 확고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사회혁신이 기존 정치체제에 의해 오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기본 원칙과 가치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전환적 사회혁신이 우리가 속한 도시, 이웃, 마을, 이니셔티브, 섹터, 조직, 개인적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찾아내야 한다. 나아가 우리의 경험을 널리 알리고 공유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하고, 그들의 삶에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각각의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른 이야기와 원칙이 존재할 수 있지만, 우리는 상호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공동 원칙과 주장, 책무를 공유해야 한다.
전환적 사회혁신의 13 원칙
1. 학습과 실험을 위한 물리적·정신적 공간은 필수 조건이다.
2. 대안적이고 다원적인 경제가 필요하다.
3. 혁신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과 동시에 과거의 것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4. 우리는 대안적인 사회관계와 관계적 가치(relational values)를 실험해야 한다.
5. 사회적·물질적 변화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사회·기술혁신이 필요하다.
6. 전환적 변화는 시민사회-국가-시장의 혼성적 조합(hybrid combination)을 필요로 한다.
7. 사회혁신이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해체하기 위한 핑계거리로 오용되어서는 안 된다.
8. 초지역적(translocal) 활동의 강화는 세계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될 수 있다.
9. 사회혁신은 소속감과 자율성, 역량을 제고시킨다.
10. 투명하고 포용적인(inclusive) 의사결정 과정은 변화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11.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대안적이고 다원적인 서사가 필요하다.
12. 더 활발한 상호 인정과 전략적 협업이 필요하다.
13. 역설적인 상황을 포용(embracing paradoxes)하는 것이 전환적 사회혁신의 핵심이다.
우리는 전환적 사회변화를 혁신하고 육성하기 위한 권리를 주장한다.
우리는 세상을 좀 더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우며 회복력 있게 만들기 위한 실천을 오랫동안 진행해 왔다. 우리는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과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통해 천명된 그러한 노력에 동의하며 또 그것을 지지한다. 우리가 이 선언문을 통해 첨언하고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은 혁신하고, 건설적인 대안을 만들며, 우리가 사는 환경에서 사회변화를 함께 이끌어낼 구체적인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인간이 다음과 같은 권리를 갖고 있음을 주장한다.
- 우리는 지역·국가·국제적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R&D 어젠다와 정책에 대해 의견을 표명할 권리가 있다.
- 우리는 공적 자금 사용에 영향을 미칠 권리가 있다.
- 우리는 함께 모이고, 혁신하며 활동을 계획하기 위해 연구실, 연계 공간, 토지와 건물들에 대해 출입할 권리를 갖는다.
- 우리는 모두가 접근할 수 있고, 공개되어 있고, 수정할 수 있는 기술과 플랫폼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
- 우리는 실험과 혁신, 전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에 대해 교육받고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1. 학습과 실험을 위한 물리적·정신적 공간은 필수 조건이다.
사람들이 실험해보고, 실패하고, 배우고,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런 실험 공간들(예: Fablabs, Hackerspaces, Ecovillages, Urban Living Labs)은 대부분 기존의 주류 언론과 교육에서 사고하는 방식과 정 반대의 원칙으로 운영된다. 여기서는 실패로부터의 학습, 상호학습, 즉흥성(improvisation)이, 단기적 성공, 개인주의, 표면적인 해결책, 과도한 기획(excessive planning)보다 중요하게 간주된다. 우리는 현재 교육시스템과 공공 담론을 지배하는 사고방식에 도전하면서, 학습과 실험을 위한 더 많은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2. 대안적이고 다원적인 경제(diverse economies)가 필요하다.
현재의 경제시스템은 우리사회의 생태적·사회적 위기의 원천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시스템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대안 경제를 실험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연대경제, 사회적경제, 순환경제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주로 네트워크 형태로 협업하고 있는데, 사회적연대경제 진흥을 위한 대륙 간 네트워크(Intercontinental Network for the Promotion of the Social Solidarity Economy: RIPESS), 유럽의 윤리적 대안적 은행 연합(European Federation of Ethical and Alternative Banks: FEBEA), 세계 협동조합 연합 (International Co-operative Association: ICA)등이 그 사례다. 대안 경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며, 이들 사이에는 서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특정한 사회적·생태적 가치를 공유하고 자본주의와 주류 경제시스템에 비판적이며, 기존 권력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대안적·다원적 경제에 대한 관점들의 차이점과 상호보완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3. 혁신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과 동시에 과거의 것을 재구성(reframing)하는 것이다.
사회혁신은 잊혀지거나 잃어버린 것, 혹은 방치되던 과거의 실행, 사고, 조직화 방식을 재발견(re-discovering), 재발명(re-inventing), 재사용(re-using), 재활성화(re-vitalizing)하는 것을 의미한다. 혁신은 과거의 것들을 새롭게 조합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현재의 맥락에 새로운 것을 통합하는 활동이다. 예를 들어 세금과 복지 시스템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는 기본소득은 과거의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최근에 ICT와 크라우드 펀딩과 같은 혁신적인 활동이 결합되면서 기본소득론의 전파와 실험이 창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즉, 이상주의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실행할 수 있는 활동으로 변화하고 있다.
4. 우리는 대안적 사회관계와 관계적 가치(relational values)를 실험해야 한다.
사회관계, 예를 들어 이웃 간 관계, 사용자와 생산자 관계, 고용주와 피고용자 관계, 정책 입안자와 시민의 관계 등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사회혁신을 위해서는 우리가 하는 일의 내용과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서로 관계 맺는 방식의 기본 원칙을 재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타임뱅킹(Timebanking)은 기존의 화폐 위주의 상호작용 방식을 평등, 호혜성, 상호부조에 기반한 서비스 교환방식으로 대체했다. 타임뱅킹에서는 구성원 간에 공식적 계약사항이 없는 대신에 신뢰기반의 관계가 있다. 단순하든, 복잡하든 모든 서비스는 동등하게 가치를 부여받는다. 교환의 단위는 서비스를 주고받는데 걸린 시간이다. 이외에도 많은 사례들이 신뢰, 상호호혜, 평등, 공동체성, 공유, 연대, 포용, 투명성과 같은 관계적 가치를 발전시키고 있다. 우리는 대안적인 관계적 가치와 활동을 실험하면서 호혜적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한 집단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5. 사회적·물질적 변화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사회·기술혁신이 필요하다.
사회혁신은 기존의 기술혁신만을 강조하던 관점을 넘어 보다 균형 잡힌 접근을 시도한다. 물론 ‘사회’는 인간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핸드폰, 컴퓨터 바이러스, 기후변화, 유전자변형생물체, 표지판 등으로도 구성된다. 기술, 생태계, 문화, 경제, 정치가 모두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우리는 사회관계와 행동을 변화시킬 때 물질적·생태계적·공간적 문제에 다차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Seed Exchange Networks(생물다양성을 보호하며 종자보호), La Via Campesina(대지와 식량 자립을 위한 권리운동), INFORSE(지속가능한 에너지계획 개발), Slowfood(지속가능성과 푸드), DESIS network(지속가능한 상품과 서비스디자인), Fablabs와 Hackerspaces(혁신과 생산의 민주화) 등이 그러한 예가 될 수 있다.
6. 전환적 변화는 시민사회-국가-시장의 혼성적 조합(hybrid combination)을 필요로 한다.
시민사회-정부-시장 간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은 그 자체가 사회혁신의 한 형태이다. 전환적 사회혁신에는 다수의 행위자와 제도가 관련되는데, 이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주고받고 경계를 허무는 방식으로 혁신이 진행된다. 기존의 지배적인 제도는 정부나 대기업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사회에도 존재하며, 우리가 행동하고 사고하고 조직화하는 방식에도 내재되어 있다. 사회혁신은 대부분 시민사회에서 시작되지만 기업을 통해 부상하기도 하고 대학이나(예: Science Shops) 정부를 통해 시작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주민참여 예산제(시민들이 지방정부예산이 어디에 쓰일지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의 경우,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 시의 시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 모두가 사회혁신가가 될 수 있으며, 지역 활동가와 기업가, 연구자와 정책입안자, 혹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중간적인 인사 모두가 사회혁신가가 될 수 있다.
7. 사회혁신이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해체하기 위한 핑계거리로 오용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혁신이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개발하고, 유지하고, 향상시키는 과정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에코빌리지(Ecovillage)와 전환마을(Transition Towns) 같은 고도의 자립성을 지향하는 실험조차도 공공서비스를 의식적으로 영리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사람들에게 정의롭고, 회복력 있는 생활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공공서비스 관련 제도를 바꾸고, 재구성하는 작업에 참여하는 것으로서, 커먼즈(공유자원)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는 활동이다.
이런 활동에는 공공서비스 제공과 관련해서 사회혁신이 초래할 수 있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책임지는 것 또한 포함된다. 예를 들어, 아쇼카(Ashoka)나 임팩트허브(Impact Hub)와 같은 네트워크에서 육성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가정신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공공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비영리조직에 대한 지원을 없애는 일을 정당화하는 데 오용될 수도 있다. 이런 사안에 대해 보다 솔직한 토론이 필요하며, 사회혁신이 초래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
8. 초지역적(translocal) 활동의 강화는 세계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될 수 있다.
많은 사회혁신 네트워크는 지역 기반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세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개인의 역량 강화는 이런 지역 커뮤니티와 국제 네트워크가 함께 연계될 때 가능하다. 지역 커뮤니티에 탄탄한 뿌리를 갖고 있지 않으면 효과적인 국제적 네트워킹 역시 불가능하다. 지역을 초월한, 초지역적 네트워크는 지역의 커뮤니티를 국제적으로 연결하여 세계적인 연대 의식을 고취하는 한편, 지역의 오래된 정체성과 전통을 재평가하면서 세계와 지역의 장점을 통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회혁신 네트워크들은 세계화, 이민, 민족주의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 초지역적 활동과 대안들은 이런 정치적 논쟁에서 자신의 모습을 명확하게 드러내야 한다.
9. 사회혁신은 소속감과 자율성, 역량을 제고시킨다.
사회적, 물적 욕구(예: 식량, 소득, 주거)와 더불어, 인간은 소속감(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있다는 감정), 자율성(자신 가치에 따라 행동하는 것), 역량(숙련과 전문성을 만들어내고 경험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보다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우며 회복력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전환적 사회혁신의 이니셔티브들은 이러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대안을 제공하여, 공동의 실천과 역량 강화를 가능케 하고, 소외와 고립, 주변화를 극복하도록 돕는다.
10. 투명하고 포용적인(inclusive) 의사결정 과정은 변화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사회혁신 이니셔티브들은 다양한 형태의 민주주의(예: 유동민주주의, 심층민주주의, 숙의민주주의, 실천민주주의 등), 시스템적 합의제(systemic consensus), 소시오크라시( sociocracy), 홀라크러시(holacracy: 권한과 의사결정이 상위 계층에 속하지 않고 조직 전체에 걸쳐 분배되어 있는 조직구조) 등의 의사결정 방식을 도입한다. 이런 활동들은 공유된 소유권 구조와 개방적이고 투명한 의사소통 문화를 요구한다. 참여적인 의사결정은 기꺼이 책임지려하고, 책임질 능력이 있는, 그리고 갈등 상황에서 건설적이고 자기 성찰적이며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사회적으로 성숙된 시민의식을 지닌 개인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사회혁신은 사회적 학습과 역량 강화, 자기 발전이 가능한 공간을 필요로 한다. 이는 곧 안정적이며, 제대로 기능하는 민주적 제도가 전환적 사회혁신의 필수 조건임을 의미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대안 민주주의 실험과 더불어, 다양한 비민주적인 상황에 대응해 기본적인 민주적 제도를 쟁취하는 과정 또한 사회혁신에서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11.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대안적이고 다원적인 서사가 필요하다.
대안적인 서사(alternative narratives) 및 변화 이론(theories of change)은 물리적 변화를 가져오는 동력이다. 대안 서사는 세상이 왜 바뀌어야 하는지, 누가 세상을 바꿀 힘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를 구체화하고, 이를 소통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이런 서사는 단지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활동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새로운 집들이 어떻게 건설되는지, 토지가 어떻게 변화하고 공동체 정원(community garden)이 만들어지는지, 스타트업이 어떻게 탄생하고 제품이 만들어지는지, 보조금 정책이 어떻게 계획되는지 등을 보여주어야 한다.
다양한 이니셔티브들은 생활방식의 변화나 내면의 변화에서부터 경제 모델의 변화, 제품의 디자인방식, 혹은 정치적 실천과 근본적인 제도변화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서사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이런 변화의 서사들이 갖는 다양성과 상호보완성을 높이 평가한다. 그리고 동시에 이들 서사가 관계적 가치, 커뮤니티 구축, 역량 강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다.
12. 더 활발한 상호 인정과 전략적 협업이 필요하다.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네트워크와 이니셔티브들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 사이의 상호보완성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사회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방식들은 보통 다른 방식에 비판적이기 때문에, 상호보완성이나 공동의 노력과 협력을 강조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이니셔티브들은 자신만의 강점을 강조하고, 경쟁에 뛰어들기 적절한 상황인지를 고민하며, 생존을 위해 부족한 자원을 두고 싸우는 경우가 많다.
일부 사회혁신 네트워크에서 이런 문제에 대응하는 흥미로운 협업 사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ECOLISE(the European Network for Community-led Initiatives on Climate Change and Sustainability: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커뮤니티 기반 이니셔티브 네트워크)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 이니셔티브는 전환 마을(Transition Towns)과 세계 에코빌리지 네트워크(Global Ecovillage Network)와 다른 몇 개의 조직을 하나로 연결했다. 우리는 다양한 조직이 만나고 성찰하며 건설적인 토론을 할 수 있는 더 많은 메타 네트워크와 공간을 필요로 한다.
13. 역설적인 상황을 포용(embracing paradoxes)하는 것이 전환적 사회혁신의 핵심이다.
사회혁신 이니셔티브들은 포용적이고 개방적 접근성을 지향하면서, 기존 주류 제도가 갖는 배타적 속성에 비판적 관점을 취한다. 그러나 개방성을 지향하는 사회혁신 활동에도 포용과 배제라는 내재적 역설이 존재한다. 소수의, 의견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부터 사회혁신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것이 배타성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때로는 매우 헌신적인 사회혁신가들 마저도 고도로 구조화된 현대사회의 심각한 분열상황에 직면하고 이를 넘어서기 위해 애를 쓴다.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는 문화적·사회정치적 장애물을 극복하고, 우리가 처음 시작했던 상황의 맥락을 넘어서서 소통해야만 한다. 때문에 사회혁신 활동은 계급과 성별, 문화, 성적 지향성, (비)장애의 차별에 저항하는 다른 사회운동과 연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연결을 통해 우리는 배타성이 지니는 위력을 인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회혁신이 좀 더 포용적이고, 개방적으로 접근가능하면서 전환적(transformative)인 효과를 지니기 위해서는 주류화(mainstreaming)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러한 주류화의 과정에서 사회혁신은 ‘혁신적’ 성격 중 일부를 잃어버릴 수도 있고, 현존하는 구조와 이해관계에 포획되어 변질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역설적 상황은 모든 혁신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때문에 우리는 다양하고, 때로는 역설적인 전략들의 포트폴리오(portfolio)를 구성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에는 견디기(resisting), 반항(protesting), 반증(disproving), 요구(demanding), 로비(lobbying), 거역(disobeying)와 더불어 추가(supplementing), 절충(compromising), 보완(complementing), 회피(circumventing), 개선(improving), 협력(collaborating), 유인(seducing), 놀라게 하기(surprising)등의 전략 등이 있다. 전략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되어야 하고, 지속적으로 조정과 갱신, 재포지셔닝(repositioning)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본연의 의도에 부합하는 활동을 지속하면서도 우리의 가치와 실천을 주류의 맥락에 스며들게 할 수 있다.
해제: ‘전환적 사회혁신론’과 ‘전환적 혁신정책론’
송 위진
전환적 사회혁신 선언문은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의 전환(Sustainability Transition)’론을 이론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스템 전환론은 기후위기 논의에서 나타난 것처럼 현재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회·기술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지속 불가능하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또 다양하게 전개되는 과학기술·사회혁신 활동이 시스템 차원의 혁신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우리사회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 기후위기, 사회양극화, 고령화, 에너지·자원문제, 재난대응 안전시스템 문제에 대한 ‘전환적 대응’이 없으면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가 유지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즉 현재 시스템을 고수하거나 그것을 개선하여 최적화하는 혁신 활동으로는 우리가 직면한 난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그것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림 1> 시스템 전환론의 현실 인식
시스템 전환론은 그 동안 강조되어온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을 위한 혁신’을 비판하면서, 경제적 지속가능성 뿐만 아니라 사회통합과 같은 사회적 지속가능성, 환경과 자원의 보호와 유지가 이루어지는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핵심 목표로 설정한다. 산업발전 중심의 혁신활동 및 정책을 넘어 성장·사회통합·환경보호가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책과 활동을 지향한다. 이 때문에 시스템 전환론에서는 그 동안의 혁신정책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사회적 도전과제 해결이 혁신정책의 핵심 영역으로 부상한다. 그리고 도전과제 해결과정에서 사회통합·환경보호와 혁신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시스템 전환론은 혁신활동이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만 방향성을 갖는다고 해서 정부와 같은 특정 주체가 방향을 정하고 사업을 기획해서 이끌어가는 것은 아니다. 전환은 기획·통제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방향성을 가진 상태에서 다양한 주체들의 상호작용과 실험을 통해 여러 사회·기술혁신안들을 검토하면서 부상(emerge)하는 것이다. 방향성을 갖되 다양한 사회·기술의 변이와 선택이 이루어지는 준진화적 과정(quasi-evolutionary process)을 거치게 된다. 따라서 전환과정에서는 정부나 대기업과 같은 특정 주체가 통제하는 전략기획적 접근이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방향을 협의하고 대안을 검토해나가는 거버넌스적 접근이 중요하다.
때문에 시스템 전환론은 실험을 강조한다. 전환은 1회의 큰 정책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환실험을 통해 각 영역에서 새로운 시스템의 맹아(니치 혁신)를 탐색하고 그것을 확대·확산하는 활동을 통해 전개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지향하는 혁신주체들과 정책, 과학기술, 산업, 시장, 문화가 같이 구성된다.
<그림 2> 시스템 전환의 과정
시스템 전환론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발전하고 있다. 첫 번째는 본 선언문과 관련된 ‘전환적 사회혁신론’이다. 전환적 사회혁신론은 TRANSIT(Transformative Social Innovation Theory)이라는 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발전된 논의로서 ‘사회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사회혁신을 종합·정리하여 로컬에 국한되는 사회혁신이 아니라 시스템 차원의 혁신으로 전개되는 사회혁신론을 모색한다. 이들의 연구는 http://www.transitsocialinnovation.eu/에 게시되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이론과 실천의 통합을 지향하기 때문에 연구 결과와 그동안 진행된 사회혁신 활동을 바탕으로 전환적 사회혁신 선언문을 작성하여 공표했다.
다른 하나는 ‘과학기술혁신’에 초점을 맞춘 ‘전환적 혁신정책(Transformative Innovation Policy)’론이다. 사회적 도전과제에 대응에서 출발하는 전환적 혁신정책은 ‘혁신정책 3.0’으로 표현되는 과학기술혁신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전환적 혁신정책은 사회적 도전과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1) 삶의 질과 시민의 능력을 향상시키고(사회적 가치 창출) 2) 새로운 산업을 형성하는 기회를 확보하며(경제적 가치창출) 3) 새로운 융합형 연구영역 발굴(과학기술적 가치창출)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기존 과학기술혁신정책의 하부 정책들을 사회적 도전 과제 대응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면서 새로운 정책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의 논의는 현재 TIPC(Transformative Innovation Policy Consortium)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http://www.tipconsortium.net/). 여러 국가의 혁신관련 기관이 참여한 이 컨소시엄에서는 전환적 혁신정책을 확산하기 위한 이론연구와 실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표 1> 과학기술혁신정책의 진화
| 혁신정책 1.0 | 혁신정책 2.0 | 혁신정책 3.0 |
정책 지향점 | 지식 창출을 위한 투입 확대 | 경제성장을 위한 혁신시스템 개선 | 삶의 질 향상, 경제성장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시스템 전환 |
혁신정책의 영역 | 부문정책 | 여러 영역과 관련된 정책 | 여러 영역과 관련된 정책 |
정책의 주요 관심영역 | 과학을 위한 정책 |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 혁신친화적 고용정책, 금융정책 | 정책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정책 사회정책과 혁신정책의 통합 |
혁신정책에 참여하는 주요 주체 | 과학기술계 | 과학기술계와 경제계 | 과학기술계와 경제계, 사용자 및 시민사회 |
정부 개입의 필요성 | 시장실패 ·정보비대칭 ·지식유출 ·비용의 외부화 ·공유재의 과잉 사용 | 시스템 실패 ·하부구조 실패 ·제도실패 ·상호작용 실패 ·능력확보 실패 | 전환실패 ·방향설정·공유실패 ·수요 구체화 실패 ·전환적 관점의 실험 실패 ·정책학습과 조정실패 |
자료: Schot and Steimmuller(2018), 송위진·성지은(2013: 제1장)을 종합
이 두 관점은 차이가 있다. 전환적 사회혁신론은 ‘사회혁신’과 ‘현장 혁신활동’에, 전환적 혁신정책론은 ‘과학기술혁신’과 ‘정책’에 강조점을 둔다. 따라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대상이 다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제시하는 대안도 차이가 있다.
전환적 사회혁신론은 사회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기술중심적 접근에 비판적이다. 지속가능한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그것이 개발되고, 사용되는 문화적 맥락, 행동양식, 인프라 등이 변화하지 않으면 기존 시스템을 유지·온존·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한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자동차가 도입되더라도, 직주 근접의 도시 구성, 공공 이동시스템의 확충을 통한 자동차 수요의 축소, 자동차에 대한 과시적 소비 극복, 주차장 운영 규칙이나 자동차 세금 구조 변화와 같은 제도, 문화, 생활양식, 인프라의 혁신이 없으면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현장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소비와 생활양식을 실험하고 제도적 대안을 모색하는 상향식 활동이 반드시 결부되어야 한다.
전환적 혁신정책은 현재 주류 과학기술시스템에서 이루어지는 정책과 혁신활동을 좀 더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양한 과학기술혁신 활동을 좀 더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돌리면서 현대 사회의 물질적 기반의 ‘깊은 전환(deep transition)’까지도 논의한다. 또 새로운 사회·기술니치의 실험과 정책실험을 강조한다. 물론 이 때 산·학·연 시스템의 변화와 함께 시민사회의 참여와 제도혁신, 과학기술과 사회혁신의 결합이 논의된다.
이렇게 전환적 사회혁신론과 전환적 혁신정책론은 주요 대상과 활동 영역이 다르다. 그러나 두 관점 모두 시스템 전환론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전환을 위해서는 사회혁신과 과학기술혁신의 통합이 이루어져 사회·기술혁신이 되어야 함을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혁신활동이 시스템 차원의 혁신으로 구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로컬한 수준에 한정되는 혁신활동을 넘어 시스템 전체의 전환을 염두에 두는 접근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또 전환적 사회혁신론과 전환적 혁신정책론은 사회전환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강화하면서 우리 사회의 장기 시스템 전환의 비전과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론과 실천의 통합을 추구하면서,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를 분석하기 위한 매핑과 숙의를 위한 방법론을 개발하고 그것을 현장에서 활용하면서 전환 활동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이 위중하기 때문에 전환을 위한 교육·훈련과 네트워킹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이들의 논의가 어떻게 발전하고 어떻게 실천 활동으로 구현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 시스템 전환론, 전환적 사회혁신론, 전환적 혁신정책론을 다룬 국내 문헌
○ 시스템 전환론
· 송위진 편(2017), 사회·기술시스템 전환: 이론과 실천, 한울아카데미.
○ 전환적 사회혁신론을 다룬 국내 문헌
· 홍덕화(2018). “전환적 사회혁신과 고령사회 대응: 도시 녹생 공유재를 중심으로”, 경제와 사회, 117: 317-348.
· 정병걸·송위진(2019), “전환적 사회혁신론과 사회혁신: 전환관점에서 본 한국의 사회혁신정책”, 사회적경제와 정책연구, 제9권 제4호: 1-28.
○ 전환적 혁신정책론을 다룬 국내 문헌
· 송위진·성지은(2019), “전환적 혁신정책의 관점에서 본 사회문제해결형 R&D정책: ‘제2차 과학기술기반 사회문제 해결 종합계획’을 중심으로”, 과학기술학연구, 제19권, 제2호: 85-116.
· 박진희(2020), “전환적 혁신정책의 관점에서 본 재생에너지 기술혁신정책”, 기술혁신학회지, 제23권, 제2호: 234-257
☐ 관련 외국 문헌
○ 시스템 전환과 관련된 포괄적인 논의
· European Environment Agency(2019), Sustainability Transitions: Policy and Practices, 2019.
· Grin et. al(2010), Transition to Sustainable Development: New Directions in the Study of Long Term Transformative Change, Routledge.
○ 시스템 전환을 위한 매핑 핸드북
· Transition Hub(2020), Challenge-led System Mapping: A Knowledge Management Approach
- Handbook for the Design and Implementation of Participatory System Mapping Process addressing System Innov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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